이들은 ‘보법이 다르다’. 남들의 생각은 안중에도 없어 보이고, 인정 욕구도 딱히 없어 보인다. 그저 ‘재밌어 보이는데?’라는 자신의 낌새를 놓치지 않고 이것저것 해본다. 그리고는 잘 된다. 어이없어 보이던 그 시도들 중 하나로 무언가를 해낸다.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찾아야 할지 막막한 우리는 궁금해진다. 이들은 원래 이렇게 태어난 걸까?
전힘찬은 ‘헤로키’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인 팝 아티스트 크리에이터다. 그는 레진 아트가 주 무대인데, 피식 웃게 만드는 독특한 오브제를 만든다. 삼겹살로 만든 인센스 홀더부터 잡은 모기를 코팅해 만든 책갈피까지, 그의 작업에는 엉뚱한 매력이 있다. 서울대 김난도 교수의 ‘트렌드 코리아 2025’에서도 헤로키의 기발한 작업이 떠오르는 새 트렌드로 소개되며, 그는 또 한 번 주목받았다. 자신의 작업을 알리려 시작한 ‘1일 1릴스’가 그를 천만 뷰가 넘는 릴스의 크리에이터로 만들었고, 백만 뷰 이상인 릴스는 이제 셀 수가 없다.
좋아하는 일을 찾아라, 가슴 뛰는 일을 해라, 세상은 말하지만 도통 어떻게 찾으라는 건지 막막했다면? 이 인터뷰는 당신을 위한 것이다. 헤로키 전힘찬의 비결을 들어보자.
Contents
1
크리에이터로 산다는 것
2
인생의 적을 대하는 마음 - 악플, 카피캣
3
그만두기의 달인
4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는 법
Chapter 1. 크리에이터로 산다는 것
불과 2년 만에 엄청난 인기군요. 이번 ‘트렌드 코리아 2025’에도 소개되셨더라고요. 요즘 길에서 많이들 알아보죠? 생활이 불편해지진 않았나요. 오늘도 선글라스 끼고 오셨어야 하는 거 아닌가 해서요.
선글라스요? 제가 연예인은 아니니까.. 당연히 그냥 다니죠. 가로수길 이런 데 나오면 많이 알아봐 주시긴 해요. 제가 오브제를 만들다 보니, 20대 여성분들이 특히 많이 알아보세요. 밖에 돌아다니면, ‘저번에 언제 어디에 계셨죠? 봤어요.’ 이런 DM들도 오고요. 신기합니다. ‘딱 1년만 해보고 안 되면 그만두자’고 시작한 게 2023년이었거든요.
ⓒheloki
오브제 주문, 많이 늘었죠? 너무 주문이 몰려서 만들기 귀찮거나, 환불 처리한 적도 있나요.
주문이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혼자 너무 많은 걸 처리해야 하다 보니까 ‘팔지 말까?’ 이 생각이 들더라고요. 주문 다 닫고 적응하는 시기가 필요했어요. 원래 주문 후 제작하다가 이제는 미리 쫙 만들어두고 주문 들어오면 조립하는 식으로 바꿨어요.
환불 처리한 적은 없지만, 실제로 만들기 귀찮아서 없앤 것도 있어요. 가격 대비 너무 힘들면, 장기적으로 봤을 땐 힘들겠다 판단해서 단종시켜요. 붓 인센스 홀더 같은 건 너무 만들기도 힘들고 부피도 크고 그래서 홈페이지에서 내렸죠. 솔드아웃 걸어놓으니까, 왜 안 파냐고 문의가 들어오기도 하고 그랬는데, 제가 귀찮음이 커서 단종시켰어요.
모기를 잡아서 만든 책갈피도 파셨던데, 이런 제품 라인은 고효율이겠죠? 기발한 작업을 주로 하시는데, 시장성도 고려하는지 궁금해요.
‘모기 책갈피’는 ‘이거 웃기는데? 한 번 해볼까?’해서 그냥 해본 거예요. 웃기긴 했는데 실제로 써보니 징그럽더라고요. 책 펼 때마다 모기가 보이니 비위가 상해서..
시장성도 고려하긴 해요. 근데 그런다고 꼭 잘 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래서 전 그냥 제품화하는 그 과정에 몰두해요. 내가 상상했던 걸 만들었을 때 ‘이거 되게 뿌듯하다’, ‘와 이걸 드디어 완성시켰다’ 이 느낌이 좋아요.
맞아요. 아무래도 오브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 제품이 완벽했으면 하시죠. 근데 전 반품이 많지는 않아요. 도자기 장인들이 도자기 깨는 것처럼 만들 때 ‘이거 이상한데?’ 싶으면 싹 다 버리거든요.
피드백이 익숙하지 않을 때는 기분 나빴죠. ‘꼴찌토마토 키링’을 처음 냈더니 무겁다는 평이 달린 적이 있어요. 저는 두꺼운 게 좋았거든요. ‘이건 이래서 귀여운 건데’ 억울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바지에 달고 며칠 다녀봤더니 제 바지가 늘어난 거예요. 이건 개선해야 되는 거구나, 그때 제대로 배웠습니다. 그런 케이스를 몇 번 겪다 보니 이제는 피드백 오는 걸 진지하게 보죠. ‘이걸 고쳐야 될까?’ 계속 궁리해요.
큰 기업에는 아이디어 개발할 때 일부러 무조건 반대 역할을 맡아주는 ‘레드팀(Red Team)’이 있잖아요? 근데 저는 혼자니까, 구매해 주신 분들이 레드팀인 거죠. 그럼 그걸 받아들여야죠. 잘 되려면, 오래 살아남으려면 받아들일 수밖에요. 제 제품들 중에서도 제일 잘 되는 제품들은 전부, 개선해서 다시 냈던 제품들이에요.
작업할 때 방독면 같은 마스크를 쓰시더라고요.
레진 작업을 하면, 화학 증기가 나오거든요. 처음 시작했을 땐 그것도 모르고 2~3주를 마스크 없이 방에서 하고 그랬어요. 그랬더니 머리가 아프더라고요. 어떤 분이 제 작업 영상 보시고 댓글에 남겨주셨어요. 마스크 안 쓰면 큰일 난다고. 그러고 보니 그것도 피드백 덕분이네요. 저는 댓글로 진짜 도움 많이 받았어요. 아이디어도 많이 얻고요.
Chapter 2. 인생의 적을 대하는 마음 - 악플, 카피캣
악플 vs. 무플 뭐가 낫나요. 인플루언서에게 악플은 숙명이라지만, 힘찬님은 어때요?
악플이 좋죠. 악플 달리면 알고리즘 탈 확률이 높으니까.
와, 인플루언서구나.
눈이 갑자기 번뜩이시는데요? 알고리즘을 타려면, ‘좋아요’만으로는 안 되거든요. 댓글이 달리거나, 공유가 많아야 되는데 댓글이 많으면 알고리즘을 잘 타요. 그래서 악플이 낫죠. 예전엔 악플에 댓글도 하나하나 달아줬었어요. 알고리즘 타려고.
감정적으로 다치진 않나요.
‘뭐야? 왜 이런 걸 써?’ 화나죠. 저도 사람이니까요. 근데 저는 인간에 대한 고찰을 진짜 많이 하거든요. 악플 다는 사람들도 관심받고 싶거나, 자기 분노를 해소할 곳이 없어서 그런 거더라고요. 이제는 그냥 측은하게 생각하고 넘겨요.
유튜버, 인플루언서 너무 해보고 싶은데, 악플이 무서워서 선뜻 시작 못 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아요.
제 주변에도 있어요. 악플 때문에 못 하겠다더라고요. 진짜 좋아하는데도 그런 게 신경 쓰이나요? 저는 그게 궁금해요. 왜 두렵지? 저는 좋아하는 게 있으면 다른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던데.. 좋아하는 거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그렇지 않나요. 그렇게까지 두려워해야 하나? 예를 들면, 스키나 보드 타는 사람들이 넘어지는 거, 부러지는 거 무서워서 그걸 안 타진 않잖아요. 악플이 무서워서 시작하기 싫은 거면, 그만큼 하고 싶은 건 아닐 거예요.
그렇게까지 두려워해야 하나? 스키나 보드 타는 사람들이넘어지는 거, 부러지는 거 무서워서 그걸 안 타진 않잖아요.
힘찬님 작품을 똑같이 카피해 만드는 업체도 있다고 들었어요.
디자인을 따라 하는 거면 모르겠는데, 상품 상세 페이지까지 똑같이 만들었더라고요. 더 싸게 팔고, 제가 일부러 입점하지 않았던 곳에도 다 들어가고요.
제가 화가 많은 사람이라, 사업장 주소지로 찾아갈까 했는데요. 너무 멀더라고요. 귀찮아서 안 갔습니다. 닥터 스트레인지처럼 막 상상하고 그랬죠. ‘당장 가? 다 엎어버려? 근데 내가 CCTV 찍혀? 지금 이렇게 잘 되는데 불려가? 안 돼. 가지 마. 냅두자.’ 혼자 삭혔어요.
산에도 가요. 정상에서 보면서, ‘다 버러지다. 벌레다.’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우리는 정말 찰나를 살고 있는데 이 찰나 중에 안 좋은 걸 해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좋은 방향을 찾자 생각해요.
Chapter 3. 그만두기의 달인
가치관이 또렷해 보여요. 어떻게 이렇게 자기 색깔을 잘 알 수가 있죠?
계속 그만둬서 그래요. 저는 사진 전공인데 애초에 그 학교도 자퇴한 후에 다시 들어간 거였고요. 사진 전공을 살려서, 잡지 사진으로 유명하신 김영준 포토그래퍼 스튜디오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그것도 또 안 맞아서 그만뒀죠. 작은 쇼핑몰 들어갔는데, 그것도 안 맞아서 나왔고요. 회사 나와서 타투이스트도 해봤고요. 그러다 다시 이 회사 저 회사 전전하다가 코로나 때는 회사들이 어려워지면 잘리기도 하고요.
해고당했다는 말씀이세요? 일을 허술하게 하실 것 같지는 않은데요.
네. 포토그래퍼로 들어갔는데, 사진이랑 저랑 안 맞더라고요. 저는 제가 좋아하는 방향대로만 하고 싶은데, 포토는 그러면 안 되거든요. 요구에 맞춰서 수행해 내야 하는데, 저는 그게 싫증이 나더라고요.
제가 안 맞는 게 많더라고요. 너무 까다로워요. 그래서 고민이 많았어요. 주변 보면 다들 안정적인 직장을 다니거나 자기가 좋아하는 걸 찾은 것 같았거든요. 그래도 시행착오를 계속 계속 겪었어요. 회사 다닐 때도 이것저것 해봤어요. 유튜브도 해보고, 게임 방송도 해보고. 네다섯 명 정도만 보는 방송이었지만.
그만둠으로써 뭘 좋아하는지 알게 됐다는 건가요?
네. 사람들이 저한테 많이 물어봐요. 어떻게 넌 그렇게 좋아하는 걸 찾았냐, 어떻게 꾸준하게 하는 거냐. 저는 그렇게 대답하죠. 실패를 엄청 많이 해서 그렇다. 지금이야 내 입맛에 맞는 행동들을 하니까 내가 꾸준한 거라고. 해보기 전에는 절대 모르니까 그냥 하라고 해요. 좋아하는 걸 찾으려면 싫어하는 걸 해봐야 돼요. 저는 싫어하는 걸 하도 많이 해봐서 알게 된 거예요.
사람들은 보통 잘 못 그만두잖아요. 이미 돈 벌고 있고 그러면, 아까워서라도 그냥 원래 살던 삶을 살잖아요.
아, 그럴 때 전 그렇게 생각해요. 너 죽었을 때도 이거 계속하는 거 후회할 거야 안 할 거야? 저는 무조건 하고 싶은 거 하자주의예요. 요즘 갑작스럽게 죽는 사고들이 정말 많잖아요. 저한테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요.
뭔가 고민이 될 때 항상 생각해요. ‘너 죽을 때, 이거 못하면 후회할 것 같아 안 할 것 같아? 후회할 것 같아. 그럼 하자. 돈이 얼마든, 시간이 얼마든. 그냥 하자. 사업이 됐건, 취미가 됐건. 권투가 됐건.’
그만 못 두는 건 관성이라 생각해요. 관성 이겨내려면요? 아파야 돼요. 카레이싱으로 치면, U턴할 때 관성 때문에 엄청 힘들잖아요. 그거랑 똑같다 생각해요. ‘이제 그만해도 되겠는데?’ 생각하면 저는 아플 각오하고, 그냥 그만둬요.
우린 어릴 때부터 ‘끝까지 참고 해내라’는 요구를 받으며 자라잖아요. 이직을 많이 하거나 시작한 일을 그만두는 걸 부끄럽게 느끼기도 하고요. 근데 힘찬님은 그만두는 것에 자책이 전혀 없네요. 인상적입니다.
어릴 때부터 포기가 빨랐어요. 피아노 같은 것도 딱 한 달 배우고 나서 ‘엄마, 나 피아노 학원 가면 미칠 것 같애. 못 가겠어.’ 그랬죠. 엄마가 학원 뭐 하나 보내면 좀 해보고 싫으면 바로 관두고 그랬어요.
전 별명도 있어요. ‘삼일천하’. 올리브영 알바 삼일하고 그만둬가지고. 전 뭐든 하면 대부분 삼일 안에 끝나거든요.
그런 자신에 대해 ‘정말로’ 어떻게 생각해요? 자유로워 보여서 신기해요.
처음에는 저도 ‘이거 문제 있다. 이건 내 문제다.’ 생각했죠. 근데 계속 그 문제를 반복하다 보면 받아들이게 돼요. ‘아, 나는 이런 사람이구나.’
어차피 다 죽어요. 날 욕하던 사장도, 잘나가는 일론 머스크도 결국에는 다 죽잖아요? 누가 얼마를 벌고, 대단한 일을 하고, 뭘 그만두고 이런 것들. 다 조금씩 다를 뿐이지, 결국 근본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나 스트레스나 행복감은 다 똑같다 그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그만두는 거 잘 해요. 죄책감 안 느껴요. 어차피 또 할 거 많은데요 뭐.
저는 그만두는 거 잘해요.죄책감 안 느껴요.
어차피또 할 거 많은데요 뭐.
Chapter 4. 좋아하는 일을 시작하는 법
그만두고 좋아하는 일 하기. 화끈해 보이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을 수 있잖아요. 돈 때문에 서러운 일이라든지.
아쉽죠. 제가 먹는 걸 좋아해서, 먹을 때 한 번에 많이 먹거든요. 돈 없을 때는 맘껏 못 먹는 게 서러웠어요. 그리고 연애할 때도요. 비참한 연애 했죠. 돈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 비굴했던 때도 많았습니다.
연상을 많이 만났나요?
거의 연하였어요. 그래서 지금도 생각하면 가끔 미안해요.
어쨌든 돈은 중요하긴 하지만, 저한테 인생의 우선 가치는 아니에요. ‘마음에 안 드는 일 하면서 풍요롭게 살래, 아니면 좋아하는 일 하면서 좀 가난하게 살래?’ 묻는다면 전 좀 가난하게 살더라도 좋아하는 일 하면서 사는 게 좋아요.
두려운 건 없나요? 망할 것 같아서 두렵다든지.
갑자기 죽는 거? 아쉽잖아요. 그리고 운동 못하게 되는 거. 운동 못하면 우울해지니까.
그런 거 말고는 다 망하고 빵원 돼도 어차피 돈은 벌 수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헤로키 시작하고 초기에 전기자전거로 배민이랑 쿠팡 배달도 했거든요. 점심시간에 짧게 파트로요. 그냥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요. 제가 공간 지각 능력이 좋아서 어디 가고 이런 걸 되게 좋아해요. 여자분들이 파스타를 많이 시키시더라고요. 그때가 코로나 때였는데, 저는 파스타를 왜 시켜 먹는 건지 이해는 안 가긴 했지만 따뜻하게, 안 식게 딱 가져다 놓으면, ‘진짜 맛있게 먹겠다’ 뿌듯하고 그런 게 좋더라구요.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도 상관없어요. 다시 하면 되니까.
좋아하는 일이라도 세상의 피드백을 실시간으로 받다보면 지치진 않나요? 힘찬님은 피드백에 엄청 적극적인 것처럼 보여요.
좋아하는 걸 감추고 감싼다고 해서 그게 숭고해지는 건 아니니까요. 다른 사람과 아무 작용이 없는 것보단 사람들 안에서 얘기가 오고 가고 바이러스처럼 퍼져야 건강한 거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쿠키를 파는데, 누가 먹어보고 ‘무슨 밀가루 쓴 거지? 씹을 때 딱딱하다’는 말을 했어요. 중요한 피드백이죠. 그 밀가루를 써야 모양이 나오는 거라 해도, 쿠키는 쿠키니까 의견을 들어야 해요. 근데 그런 건 다른 사람들이랑 얘기 나누기 전까지는 모르니까요. 사람들한테 들고 나가서 보여줘봐야 돼요. 사람 별로 안 좋아하는 스타일이라고 해도요. 그건 어떤 일을 하든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해요. 그래야 잘 돼요.
재밌어요. 돈을 잘 버는 게 목표가 아닌데, 그렇게 의견 듣고 하는 게 중요한 이유는요?
제가 처음 시작할 때 설정한 숫자가 있었어요. 부모님, 여자친구, 친구들한테 크게 으스대진 못하지만, 그래도 ‘내 인생 이 정도면 괜찮겠는데?’ 싶은 게 월 200만 원이었어요.
근데 그 수준까지 가려면, 어느 정도는 잘하려는 마인드가 있어야 돼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100 정도는 있어야 50은 가거든요. 정말 잘하려고 해야 반 정도는 돼요. 그러니까 기본권을 지키려면, 사람들한테 잘해주려는 마음이 있어야 돼요. 어쨌든 이걸 일로 삼아서 돈을 벌겠다고 생각한 거긴 하니까요. 그 마음이 없다면, 저는 취미로 하라고 말하고 싶어요. 일이 아니라요.
릴스 댓글, 공유 수가 많아졌을 때, 안 건데요. 시작할 때는 내가 하고 싶어서 한 거지만,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고 싶다는 이타심이 저한테 있었더라고요. 사람들이 재밌어하고 행복해할 때가 저도 제일 재밌어요. 그러니 의견을 듣고 싶어요.
현실적으로 좋아하는 걸 일로 해보고 싶다면 어디서부터 시작하면 좋을까요. 좋아하는 것도 이걸 일로 해도 좋아할까? 확신이 없으니까 뛰어들기 쉽지 않은 것 같아서요.
최소 비용으로, 고효율을 낼 수 있는 걸 찾아야 돼요. 디저트 사업을 하고 싶으면, 디저트 가게를 차리면 안 돼요. 디저트를 먼저 만들어서, 숏츠를 만들어야 돼요. 그렇게 사람을 모아야 돼요. 내 디저트를 좋아할 만한 사람들을 모아야, 내가 디저트 가게를 차릴 수 있는 거지 내가 디저트 좋아한다고 해서 디저트 가게 차리는 순간 백이면 백 망해요.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으니까요. 친구들이 물어보면 얘기해요. ‘카페 하고 싶으면, 집에서 커피 만드는 영상을 찍어라.’
결국 기회비용 때문이거든요. 지금 내가 벌고 있는 돈이 있는데, 이걸 포기하고 수익이 마이너스까지 갈 수 있는 상황, 그걸 못 견디니까 이 배에서 밧줄을 못 풀고, 저 배로 못 뛰어가는 거죠. 근데 이 방법을 쓰면 부담이 없죠. 공짜잖아요. 최소한으로 시도해 보는 게, 궁금증을 해결하는 데 좋아요. 값싼 학원 같은 느낌이죠. 요즘 유튜브에 얼마나 선생님들이 많아요. 그 사람들이 다 알려주잖아요.
집에서 디저트 좀 만들어보면 알게 돼요. ‘이거 좀 힘든데?’, ‘이런 건 나랑 좀 안 맞네.’ 그때 생각해 봐요. 이걸 더 해볼까. 힘든 게 육체적으로 힘든 건지, 아니면 아이디어가 잘 안 떠오르고 능력이 부족한 건지 판단을 해보는 거죠.
조회수, 팔로워 수로 비교되는 크리에이터 세계에서 비교하는 마음은 없나요? 경쟁심이라든가.
운동할 땐 경쟁심 있죠. 일할 땐 없어요. 부러운 사람은 있습니다. 저는 손기술 좋은 크리에이터들 보면 엄청 부러워요. 근데 그분들은 또 저를 부러워하시더라고요. 아이디어를 어떻게 얻었냐고 물어보세요. 그래서 이제는 그 부러움도 부질없다 생각이 들어요. 저 사람들도 나를 부러워하고, 나도 저 사람들을 부러워하는데 이게 의미가 있나? 그래서 요즘엔 나를 받아들이자, 나라는 사람이 이런 사람이니까, 이거를 좋은 방향으로 유지하면서 그냥 살자 생각하고 있습니다.
Epilogue
전힘찬이 헤로키로 활동하면서 깨우친 비결을, 자기다움을 찾고 싶은 분들에게 전해본다면요?
‘자기 마음에 충실했다.’ 이게 비결인 것 같아요.
구본창 사진가의 전시를 본 적이 있어요. 그분 전시에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인용된 걸 봤어요.
‘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것을 쫓으며 살지 못했을까. 좀 더 일찍 시작해 볼 걸’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서른 쯤인가, 사진을 늦게 시작하셨대요. 그 시절은 사회 생활이 빠를 때니까 서른 쯤이면 지금보다 훨씬 늦은 느낌이었겠죠. 아마 그래서 그런 말씀을 하셨던 것 같아요. 저도 어떻게 보면 무의식이나 마음 안에서 솟구쳐 오르는 걸 계속 따랐던 사람인데, 그분 이야기를 보고 그러면 나도 앞으로 그걸 계속 따르면서 사는 게 나한테는 행복하겠다 그렇게 생각했죠.
미래에 대한 목표를 세우는 편인가요?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궁금해요.
최근에 세운 목표가 하나 있어요. 제 집을 사는 건데요. 좋은 아파트 사겠다 그런 게 아니고, 제 마음에 드는 집을 짓거나, 제가 원하는 집을 사서 리모델링하고, 거기서 평생 살고 싶어요. 이사 가고 이럴 것 없이 그냥 제 입맛대로 꾸미고 그 안에서 행복하게 살다 죽는 거죠.
근데 그렇다고 집을 사기 위해 수입을 늘리고, 그런 목표를 좇고 싶은 건 아니에요. 수입이 아무리 늘어도 행복한 건 잠깐이더라고요. 즐기지를 못하면 저한테는 별 의미가 없거든요.
저도 ‘이제 돈 좀 벌어볼까’ 생각 안 해본 건 아니에요. 근데 일주일도 안 가더라고요. 바로 ‘아, 너무 하기 싫은데’ 생각이 들더라고요. 돈도 벌려고 한 건 맞지만, 궁극적인 목표는 만들고 이런 게 재밌었던 거니까. 그래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그런 재밌는 걸 찾아나서보자’고 생각하고 요즘 사는데, 행복해요 진짜로. 뭘 해도 재밌어요.
그래서 그저 건강하게 이 세상 구경하면서 살고 싶어요. 웃기잖아요.
오, 산책자의 마인드군요.
맞아요. 맞아요. 산책 좋아해요. 산책하면 진짜 행복해요. 모르는 길 산책할 때 진짜 행복해요.